[마이크로프로세서 초보자를 위한 특별 컬럼 4] 

                    어셈블리 언어인가? C 언어인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이용한 제어 시스템을 설계할 때 어느 모델을 사용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곧바로 사용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늘 어셈블리 언어를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할지 아니면 C 언어를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할지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사용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응용 목적에 따라 숙명적으로 정해지는 문제이다.
    본 저자는 이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답변한다. C 언어와 같은 고급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동차의 자가 운전자(自家 運轉者)와 같다. 이들은 약간의 자동차 상식을 가지고 경험적인 숙련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차를 운전한다. 자동차에 관한 기계적인 지식이 거의 없더라도 대부분의 운전자는 웬만한 정도의 목적지까지 자동차를 운전해 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좀더 연륜이 쌓인 운전자는 스틱 기어와 오토매틱 기어의 차이나, 주간 운전이나 비오는 날의 야간 운전 또는 눈길에서의 운전의 차이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한, 경력이 많은 운전자일수록 자동차의 간단한 문제 정도는 스스로 조치할 수 있다. 자동차를 바꾸더라도 그것이 승용차인한 다시 약간의 경험을 쌓으면 곧 익숙하게 새차를 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자가 운전자는 자동차에 기계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불가피하게 정비소에 가서 전문적인 정비사(整備士)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다. 자가 운전자는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스스로 정비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어셈블리 프로그래머는 자동차의 정비사에 비유될 수 있다. 그들은 자동차에 발생된 모든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알고 있다. 구동 계통, 연료 계통, 제동 계통 그리고 이러한 분야의 기계적인 기술이나 전기 전자적인 기술에 모두 익숙하므로 모든 문제를 숙달되게 진단하고, 장비와 부품이 있다면 모든 정비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몇 종류의 자동차 정비에만 능숙하겠지만 연륜이 쌓이면 결국 모든 자동차의 기능이 같고 심지어는 승용차나 화물차도 구조와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렇게 되면 차종에 관계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도 자신의 자가용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운전도 할 수 있다. 오히려 기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빗길이나 눈길에서 좀더 안전하고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C 언어로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왜 C를 사용하려느냐고 물으면 "C를 오래 써왔고 C에 능숙해서..."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대답은 "어셈블리 언어를 몰라서..."라는 사실의 변명에 다름 아니다. 놀랍게도 이런 경우일수록 자세히 물어보면 C 언어에조차도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설혹 C 언어에 능숙하다고 하더라도 퍼스널컴퓨터에서 공부한 C 언어 정도의 지식만으로 별다른 새로운 노력없이 다른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C 언어로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게으름일 경우가 많다. 사실, 고급언어가 좋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의 자가 운전자와 정비사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계적인 특성을 자세히 알 필요가 없는 OA용 프로그램 정도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별 무리가 없을 수도 있으나, 시스템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을 자세히 알아야 하거나 실시간으로 고속처리를 수행해야 하는 제어성(制御性) 프로그램에서는 무리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C 언어는 결코 쉬운 언어가 아니다. C 언어에 능숙할 정도의 능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어셈블리 언어에 대하여는 훨씬 더 쉽게 도사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C 언어가 모든 경우를 만족할 수 있는 만능이 아니듯이 어셈블리 언어도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응용분야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각각 적합한 언어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C 언어와 어셈블리 언어를 혼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많은 제어 프로그램에서 C 언어 프로그램내에 인라인 어셈블 명령을 포함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면 C 언어와 어셈블리 언어에 모두 능숙해야만 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미사일로만 싸울 수는 없으며 소총과 같은 원시적인 개인 화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오늘날은 퍼스널컴퓨터의 영향으로 많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용자들이 C 언어를 사용하여 제어 프로그램을 작성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마이크로컨트롤러 분야의 초보 입문자라면 어셈블리 언어로 시작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다소 귀찮거나 불편한 일의 경험은 초보자 때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어셈블리 언어에 익숙한 사람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자신의 프로그램에 쉽게 C 언어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C 언어에만 익숙한 사람은 고집스럽게도 어셈블리 언어는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전거를 타던 사람은 형편이 좋아지면 쉽게 자가용 자동차를 사지만, 자가용을 타던 사람은 형편이 나빠져도 자전거는 타려하지 않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