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초보자를 위한 특별 컬럼 6] 

                    중요한 것은 "왜?"보다 "어떻게?"이다

   나는 학부 3학년때던가 4학년때인가 처음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것을 배웠는데 이때는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전문가가 아닌 교수님이 강의를 맡아서 강의를 흥미있게 이끌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강의 교재가 특정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한 책이 아니라 오늘날의 컴퓨터 구조와 같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조적으로만 접근하는 추상적인 책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전동기를 제어하는 공부를 하면서 전공보다는 오히려 전공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매우 논리적이고 조직적이며 계획적인 속성을 가지는 기술분야였지만, 역설적으로 골아프게 따지는 것이 별로 없고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에게 적합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번 생각해보라. 마이크로프로세서처럼 복잡한 내용없이 단순한 기술 분야가 어디에 또 있는가를..... 그 이후 회사의 연구소를 거쳐서 지금의 대학에 근무하는 동안 언제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함께 하는 생활을 해왔지만 단 한번이라도 이를 후회하지 않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마치 나를 위해서 태어난 산물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때가 많았다.
    그러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골아프게 머리를 쓸 일은 적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오랜 시간동안 몸으로 익혀야 하는 인내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응용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응용하는 기술분야에서는 "왜?"보다는 "어떻게?"라는 것이 우대받는 덕목이다. 보통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응용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에는 "왜?"라고 생각할 일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수없이 "어떻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왜?"라는 의문에 대하여는 책을 뒤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봄으로써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어떻게?"라는 문제는 내가 몸으로 때워서 경험적으로 체득하는 것 이상의 정답이 없다.
    따라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응용 기술분야에서는 많이 배운 사람보다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큰소리친다. "어떻게?"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경험을 능가하는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부하는 사람은 앉아서 생각하기 보다 일어서서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웬만하면 몸으로 겪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언제나 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경귀를 들려주곤 한다.

    ① 百聞이 不如一見
        백번 듣는 것보다 내 눈으로 한번 직접 보는 것이 나으니라.
    ② 百見이 不如一打
        백번 보는 것보다 내 손으로 한번 직접 키보드를 쳐보는 것이 나으니라.
    ③ 百打가 不如一作
        백번 키보드를 치는 것보다 내 머리로 한번 직접 설계해 보거나 프로그램을 작성해 보는 것이 나으니라.

   이렇게 몸으로 익히고 경험으로 쌓은 소득은 책으로 익힌 지식보다 훨씬 강력한 기술이 된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응용하는 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매우 창조적인 기술 분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러한 설계와 프로그래밍이 내 뜻대로 쉽게 되지는 않는다. 책과 키트를 통해 처음에는 단순히 보는데서 출발하여 정석(定石)대로 따라하다 보면 스스로 능력과 개성을 발휘할 때가 오는 것이니, 무릇 창조(創造)는 모방(模倣)과 경험(經驗)에서 출발하느니라.

출처 : 윤교수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월드  http://cafe.naver.com/mcu32bit